교역조건의 악화는 1996년의 총국민소득 성장률을 GDP 성장률보다 크게 낮은 4.8%로 낮추었으며, 다른 한편으로 상품수지 적자를 대폭 증가시켰다. 이와 더불어 해외여행 경비와 외채이자 부담도 크게 증가하여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하였다. 사실 경상수지는 90년대 들어 1993년에 약간 흑자를 낸 것을 제외하고는 계속 적자를 나타냈으며 1996년에는 그 적자폭이 사상 최고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경상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외채가 대폭 늘어났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파악한 우리나라의 총 외채는 1992년에 428억 달러에서 1996년에는 1,126억 달러로 급증하였다. 특히, 단기외채의 비중은 1992년의 43%에서 1996년에는 58%로 크게 높아졌다.
이규성의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극복,그 이후' 중에서 (박영사, 2p)
한국의 외환위기 상세보기
이규성 지음 | 박영사 펴냄
한국이 겪은 외환위기를 분석한 책. 이 책은 외환위기 발생 전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해인 1996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회복된 1999년에 이르기까지의 위기 상황 전개과정, 한국 정부 및 사회의 대응 내용, 각종 구조개혁 및 시스템 전환 등을 당시의 자료에 따라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먼저 1장에서는 외환위기 발생 전 대기업의 연쇄부도, 금융시장의 불안 등 긴박했던 상황을 생생히 살펴본다. 다음 2장에서는 외환위기의 발
경상수지 악화문제와 함께 요며칠 '단기외채' 문제가 우리경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10여년 전에 경험했던 외환위기와 관련해서입니다.
서가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 다시 보았습니다. 재작년에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이 보내주었던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극복,그 이후'라는 책입니다.
그는 1998년3월부터 1999년5월까지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당시 기자였던 저는 한국은행에 이어 재경부를 담당하면서 우리의 외환위기의 시작과 마무리를 지켜보았었지요. 이규성 장관과는 출입기자로 만났습니다.
이규성 장관은 지난 외환위기의 수습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경제부처 수장이었습니다. 1997년 12월3일에 우리정부가 IMF와 구제금융 지원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으니까요. 그가 당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쓴 책이 이것입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대로, 1990년대 한국경제는 경상수지 적자행진을 이어간 시기였습니다. 1990~97년까지 93년을 빼고 매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로 돈이 계속 빠져나갔으니 경제는 심각한 외환부족 사태를 맞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외채가 늘어났습니다. 총외채가 1992년에 428억 달러에서 1996년에는 1,126억 달러로 급증했고, 특히 단기외채의 비중이 1992년의 43%에서 1996년에는 58%로 크게 높아졌습니다. 단기외채는 1년 이내에 갚아야할 외채를 말합니다.
그럼 최근 상황을 볼까요. 우선 외채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습니다. 2005년말 1,879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3,807억달러로 2년 동안 두 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주목 받는 것은 단기외채. 지난해말 현재 단기외채 잔액은 1587억5000만달러입니다. 역시 2005년의 659억1000만달러보다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로서 단기외채 비중이 41%를 넘어섰습니다. 물론 외환보유액이 2,600억달러나 되지만, 이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60%를 넘어선 셈입니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 압박도 커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올 들어 3월말까지 누적 적자는 52억달러에 달합니다.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고, 적자 규모도 1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또 우리경제는 대외 채권보다 빚이 더 많은 '순(純)채무국' 전락을 앞두고 있기도 하지요.
정부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예상되는데다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오늘 "단기외채 증가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억제할 수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지요.
경상수지 적자 예상과 단기외채 급증... 외환위기 직전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어다보면 당시와는 많이 다른 것이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단기외채 증가의 원인이 다릅니다. 1990년대 우리경제로 돌아가볼까요. 당시 우리는 자본자유화 조치를 취했고, 낙관적인 분위기에 휩싸여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무모한 차입을 확대했습니다. 자본자유화가 본격화되자 우리나라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외국에서 단기자금을 대거 빌려와 장기투자나 장기대출로 활용한 것입니다. 물론 당시 외국기관들도 우리경제의 상환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잘 빌려주었습니다. 결국 당시에는 무모한 해외차입으로 소위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이 단기외채 급증의 원인이었던 겁니다.
하지만 최근 몇년새에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난 가장 큰 원인은 2006년 이후 조선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수출호조가 단기외채 급증을 초래한 겁니다.
수출기업들이 미래에 받을 수출대금을 현재의 환율로 고정해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를 많이 했습니다. 이에따라 금융기관들은 포지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해외차입을 통해 부족한 달러를 확보한 것입니다.
또 외국은행들이 내외금리 차를 노리고 본ㆍ지점 거래 등 파생 거래를 크게 늘렸습니다. 이것도 단기외채가 늘어난 원인이 됐습니다.
이처럼 최근의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직전과 '모습'은 다소 닮았지만 '내용'은 다르기 때문에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하지만 극도로 고통스러웠던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는 '경상수지 적자'와 '단기외채 급증'이라는 문제는 항상 주의깊게 보아야할 민감한 이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가폭등 등 우리가 콘트롤할 수 없는 대외여건이 워낙 나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